My Diary

강형욱 사건을 보고 생각난 예전에 다녔던 CCTV로 직원들 감시했던 회사

patrica1977 2024. 5. 23.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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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강형욱씨 갑질 관련한 내용들이 매스컴에 많이 올라오다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고, 여러 내용들을 보다 오래전에 CCTV를 설치하여 직원들을 감시했던 회사에 잠시 다녔던 기억이 떠올라 적어본다.

 

당연히 회사명은 공개할 수는 없고 정확히 17년 전인 2007년에 3개월 동안 잠시 다녔던 회사이다. 서울에 있는 회사이고 중소기업이고 그때당시 직원 수는 30명 정도 되었다.

 

사실 지금도 그 회사가 직원을 감시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너무 강렬한 기억이다보니 아직도 또렸하게 기억하고 있다.

더 아이러니 한건 직원들은 본인들이 감시받고 있는 것 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감시하는 역할로 입사했기 때문이다.

 

그 때 당시 나는 경영지원팀 직원으로 들어왔는데, 입사하자마자 내 바로 옆에 눈에 띄는 CCTV용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보안용이구나 식으로 대충 넘어갔는데 업무 인수인계를 받는 과정에서 직원 감시용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 마다 1개씩 설치되어 있었고, 앞으로 직원들이 잘 근무하는지 잘 지켜보면서 보고하라는 오더를 주어 내 업무가 되었다.

 

당시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고 충격이라, 거부감이 들었지만 내 업무라 안할 수가 없었다. 이 회사의 경우에는 당연히 출입구에도 설치되어 있어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도 감시했었다. 그때 당시 내 하루 일과는 출근하자마자 직원들의 근태를 바로 체크하는 일이었다. 누가 정시에 오고 누가 지각하는지 매일마다 정리해서 오전 9시 10분까지 대표님에게 업무용 쪽지로 보고하였다. 솔직히 정말 하기 싫었고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는지 회의도 들었다. 그래도 주어진 일이니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출근 보고를 대표에게 하면 그날 지각자가 생기면 담당 팀장에게 전달되어 그 직원은 문책을 받았다. 어떤 불이익을 받았는지는 오래되서 기억이 안나지만 내가 제일 하기 싫어했던 업무 중의 하나였다.

 

입구에 CCTV를 설치한 건 직원들이 알고 있었지만 사무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한 걸 알고 있는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누가 말하지 않는 이상 알 수도 없을 거고, 더군다나 근무하는 사무실 내부에 CCTV를 설치했다는 걸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거니까...

 

나는 결국 3개월 만에 그만뒀다. 이거 때문에 그만둔 건 아니고 여러 다른 이유가 있었다. 간단히 짧게 적자면, 전임자 말로는 맡은 업무만 잘 수행하면 된다고 해서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예정에 없던 나보다 3살 많은 경영지원 경험도 없는 운전기사를 팀장으로 발령내고 전임자가 가지고 있던 업무 권한을 거의 가져가 나는 사무보조 식의 업무를 수행하다보니 비전과 커리어를 쌓을 기회가 없었다. 더군다나 나는 신입도 아니고 경력직으로 들어왔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업무는 급여관리 하나 밖에는 없었다. 결정적으로 연구소를 차린다고 확장공사하는 과정에서 팀장과 과장의 감독부실로 인한 문제를 모두 나한테 떠넘긴 뒤로부터는 정도 많이 떨어졌고, 결정적으로 급여도 밀리기 시작해서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그 직전에 다녔던 회사가 임금체불과 폐업으로 인해 그만둔거라 급여에 엄청 예민해진 상태였기 때문에 여러 모로 종합해서 봤을 때 나한테 맞는 회사가 아닌거 같아 과감히 그만두었다.

 

그리고... 최근에 그만두었던 마지막 직장에 대한 썰도 잠시 적어보겠다.

 

이 직장은 CCTV는 없었지만 인간 CCTV로 인한 피해로 인해 정신적으로 피폐해진데다 화병에 공항장애까지 와서 결국 그만둔 회사이다. 여기서 말하는 인간 CCTV는 바로 대표 아들로, 나이도 20대 중반으로 젊다. 대표 아들은 사회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업무처리는 깔끔하고 꼼꼼하게 잘 하는데 비해 성격이 너무 곧다보니 고지식 그 자체인 성격인데다 쉽게 흥분하고 다혈질 성향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문제는 생각없고 필터없는 고자질이 문제였다. 근무하고 있는 중에 생기는 모든 문제는 필터없이 그대로 대표에게 일어버리기 일수였고, 모든 전 직원들이 대표 아들을 눈치를 볼 정도였다.

 

대표 아들은 거침없이 조금이라고 듣고 본 것은 자초지종도 알아보지 않고 그대로 대표인 어머니에게 필터없이 일러버렸고, 이 때문에 중간관리자들이 난감했거나 대표에게 혼난 적도 여러번 있었다. 직장생활하다보면 중간 관리자 선에서 해결할 수도 있는 문제도 사장 아들은 생각도 전혀 안하고 상황을 보는 즉시 그대로 어머니인 대표에게 보고하기 일수였고, 업무적인 부분부터 사소한 아주 자잘한 일까지 어머니인 대표에게 일러버려 전 직원이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었다.

 

전 직원들이 인간 CCTV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로 일러버리는 수준이 정말 도가 지나칠 정도라고 할 정도로 정말 심각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웃으면서 대수롭게 지나갈 대화도 심각하게 받아들여 부정적으로 해석하거나 부풀려서 대표에게 일러버리고... 정말 무슨 말 조차 쉽게 할 수 없었다.

 

제일 피해자는 바로 나였는데 대표 아들이 바로 내 옆자리에서 근무했기 때문이다. 내 모든 일거수일투족은 감시 대상일 수 밖에는 없었고 말투, 행동 하나 하나 그대로 대표에게 전달되었고 어느 순간부터 대표에 대한 내 평판은 아주 나빠지기 시작했다. 누구나 직장생활하면서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30년 가까이 사회생활 하다보니 점점 철도 들고 언행도 조심하게 되고 정말 나름대로 조심하게 처신한다고 했는데, 내가 실수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오는 즉시 곧바로 일러버리니 정말 대책이 없었다. 자잘한 실수 조차 용납되지 않았다. 나중에 회사를 그만두고도 내가 그렇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생각에 앞서 이 회사를 다니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져서 생전 처음으로 정신병원에서 공항장애라는 판정을 받아 건강까지 많이 상했기에 아무 생각없이 무조건 쉬고 싶었다. 지금은 많이 회복되었지만 아직도 약을 계속 먹고 있다.

 

내가 바로 옆에서 근무하다보니 온갖 치욕과 수모를 많이 당했는데, 나보다 22살이나 어렸음에도 불구하고 나한테 잔소리를 달고 살았고 22살 많은 나에게 호통치거나 훈계하는 일도 많았다. 이거 정말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정말 그 고통은 알 수 없을 것이다. 한참 나이어린 사람에게 이런 수모를 당하는게 쉬운 일도 아니고 대표 아들이라는 이유로 참고 또 참고 아무 말도 못하면서 숨막히는 시간을 보냈다. 중간관리자들도 대표 아들 눈치를 보는 입장이라 어떤 힘도 되어주지를 못했고, 내가 이 회사를 그만둬야 이 고통이 끝나나 싶었다. 그래도 적은 나이가 아니라 꾹 참고 다니려고 했는데 퇴사할 수 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사건이 생겨 결국 그만두게 되었다. 아마 이 일을 겪으면 누구라도 그만둘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차마 언급하기는 싫다. 내 인생에서 너무 비참한 일이었으니까... 

 

기계 CCTV는 움직이는 모습만 보여주지, 인간 CCTV는 초정밀 CCTV라 행동, 말투, 주변 상황, 분위기 등등 모든 걸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으니까... 이런 CCTV는 CCTV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대표 아들 같은 인간 CCTV는 없을 것이다. 

 

비록 어린 애한테 당하기는 했지만 대표가 제일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도 받아주면 버릇도 안 좋아지고, 나이 많은 사람에게 할 말 다하고 대드는 것도 모자라 호통치고 훈계하는 것 부터가 상당히 잘못 가르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아들이 일러버리러 오면 오히려 그런 거까지 보고하냐고 호통을 치기보다 아들말이 무조건 맞다 식으로 받아주기만 하다보니 아들이 더더욱  그릇된 행동을 하지 않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대표 아들은 직원도 아니고 알바로 근무하는 거였고 20대 중반이 되도록 군대도 안보내고 3년 넘게 회사에 근무시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간다. 군대가면 나이어린 상사를 모실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지금 성격에 군대가면 어떻게 될 지 안 봐도 비디오라는 생각이 든다. 30년 가까이 수 많은 직장을 다녀봤고 수 많은 상사들을 모셨고, 혼도 많이 나봐지만 차라리 혼을 나도 어른한데 받는게 낫지 22살 이나 어린 애한테 온갓 수모를 당한 건 정말 자존심, 자존감의 밑바닥까지 보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엄청난 인내심도 필요하다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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